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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등록일
2015-03-24
작성자
손정미
조회수
1777
화이부동 시대를 열자
2015년 03월 11일 (수)
   
▲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근 개봉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면 영국신사 해리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는 명대사를 던진다. 세련된 교양이나 예절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인간의 말과 행동은 절제되고 품위를 갖췄을 때 소통이 잘 된다.

 그 반대로 자기의 감정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수용되지 않는다고 최근의 사고처럼 흉기를 든다거나 총을 들게 되면 그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며 공동체를 파괴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자기 것만을 강하게 주장할 때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 갈등(葛藤)이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때 발생한다.

 지역 갈등ㆍ세대갈등ㆍ공급자와 수요자와의 갈등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다. 갈등과 대립은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방법 중의 하나라 부정적인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회는 언제든지 다른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사회 발전의 생산적 원동력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까 하는 데 있다. 사전에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철학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서로 같지 않음이 틀린 게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 사회는 다름은 틀린 것으로 생각하거나 이분법적인 사고로 치닫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인 화이부동(和而不同) 철학이 필요하다. 같지 않지만 화합한다는 의미인 화이부동은 각자의 견해, 주장을 하나로 잘 조화, 융합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여러 가지를 함께 아우르고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도 결코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철학이다. 더 나아가 다르지만 화합을 한다는 공유의 철학이다. 사람은 사람의 도(道)가 있기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신은 수양(修養)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로 공유된 철학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확고한 기준이 된다. 특히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낼 때 중요하다. 철학이란 생각하는 힘이다. 즉, 구성원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그 무엇이다. 구성원의 사고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지배하는 원칙이다.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결국 행동은 평상시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나타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쟁과 효율만 앞세우다 보니 사람을 껴안지 못한 채 삶의 깊이인 영혼이나 사람에 대한 진지함 같이 소중한 가치를 잃고 생활한지 오래다.

 철학의 힘은 유태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태인들이 오랫동안 나라도 없이 유럽 각지에 흩어져 살아왔지만 멸망하지 않고 세계 속에서 우뚝 선 민족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그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준 종교와 계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탈무드 같은 엄격한 계율이나 유태교가 가르치는 신념과 철학이 없었다면 급격한 환경 변화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공유된 철학은 시간이 가고 사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축적의 과정을 통해서 시간이 갈수록 더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그 자체와 존재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있으나 나를 통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화이부동의 철학을 생각해 본다. 진정한 매너는 타인의 생활방식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